배우 김선영의 이름이 대중에 각인되기까지 조금 오랜 시간이 걸렸다. 연극 무대 위에서 빛나던 그가 영화와 드라마로 활동 영역을 넓히며 차분하게 사람들의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과 가장 파장이 맞는 작품을 만났고, 대중의 사랑까지 덤으로 얻었다. 

김선영은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로 인해 자신의 이름을 가장 효과적으로 알렸다. 캐릭터 이름 또한 김선영이었으며 자신과 닮은 점이 많은 선영이라는 인물의 서사는 극 안에서 세밀하게 다뤄졌다. 


배우 김선영이 최근 뉴스1스타와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 News1star/권현진 기자


아들 고경표, 어린 딸 김설을 키우는 홀어머니의 이야기는 보통 드라마라면 동정의 시선으로 짧게 스쳐지나간다. 하지만 김선영의 스토리는 깊은 울림을 주며 내밀하게 펼쳐졌고, 게다가 최무성까지의 러브라인까지 더해져 힘 있게 전개됐다. 어머니이자, 딸이자, 여자 김선영의 이야기는 시청자를 울고 웃고 가슴 뛰게 만들었다. 


"드라마 인기가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사람들이 저를 알아보고 수군수군 거릴 때 인기를 실감하죠. 하지만 극 중에서의 스타일과 일상에서의 모습이 다르니까 저라고 확신을 갖는 분들이 많이 없더라고요. 인기는 길면 세 달 적으면 한 달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지나가겠죠."

김선영은 '응팔'과의 만남은 "잊혀지지 않는 필모그라피가 생겼다"고 고백했다. 연극 무대에만 올랐던 그가 처음 드라마를 시작했을 때 느꼈던 생경함이 지금도 그에게는 생생했다. 

"'호텔킹'이 제 첫 드라마였어요. 드라마는 정말 처음 찍어봤죠. 단역조차 해본 적이 없었어요. 처음에는 카메라도 잘 모르고 현장 용어도 몰라서 적응은 못했어요. 드라마 현장은 막연히 무섭다고 생각했죠."

'응팔'은 드라마에 대한 거부감도, 어려움도 사라지게 했다. 큰 소리 한번 낸 적 없다는 신원호 감독과, 최고의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열정을 불태운 스태프와 동료 배우들 사이에서 김선영은 활어처럼 펄떡였다. 

"처음 감독님, 작가님과 인터뷰하면서 제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그 덕분에 선영이라는 인물이 저와 더 닮아져간 것 같아요. 저도 선영이처럼 잘 웃고 눈물도 많고 흥도 많거든요. 사람도 좋아하고 노래 부르는 거, 춤추는 것도 좋아하죠. 진주처럼 실제 제 딸도 6세였어요. 저를 많이 닮은 인물은 처음이었어요. 연기하는 것 같지 않은 느낌이 오히려 생소하더라고요. 연기를 하면 나와 다른 인물을 보여주는 거라 생각했는데 저와 너무 닮았으니 헷갈렸죠. 그래도 덕분에 제 이름은 제대로 알린 거 같아죠.(웃음)"


배우 김선영이 최근 뉴스1스타와 만나 tvN '응답하라 1988' 종영소감을 밝혔다. © News1star/ 권현진 기자


김선영이 '응팔'에서 제대로 주목받던 순간은 아무래도 최무성과의 로맨스. 중년의 로맨스가 되레 풋풋하게 다가왔고, 시청자들은 현실적이면서도 드라마틱한 두 사람의 관계에 몰입했다. 


"처음에는 러브라인이 있을 수도 있다는 말만 들었어요. 웬 떡이냐 싶어서 제가 강하게 러브라인 넣어달라고 했죠. 하하. 무성이 오빠가 연기를 너무 훌륭하게 해요. 거기서 케미가 제대로 생긴 거 같아요. 무성이 오빠는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배우였거든요. 나오는 작품도 다 찾아보는 사람이었죠. 실제로도 케미가 좋아요."

'응팔'이 이만큼 사랑받을 거라 예상했냐고 묻자 그는 "당연히 망할 거라 생각했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케이블 프로그램 최고 시청률을 기록할 만큼 인기 있을 거라는 확신마저도 없었다고 단정 지었다. 

"제작진이 3탄은 망할 거라 했어요. 이전 시리즈가 워낙 인기가 있었으니 저도 망할 줄 알았죠. 또 가족 중심의 에피소드로 전개되니까 소소하게 사랑받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큰 기대는 없었죠."

김선영은 '응팔' 속 선영이가 사랑받은 이유에 대해 "누가 했어도 사랑받지 않을 수 없는 인물이 아니었을까"라고 확신했다. 그는 "작품이 모든 캐릭터를 안아줬다. 소모되는 인물 없이 끝까지 터치하더라. 제가 복이 많았다"라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이번 작품으로 김선영은 파마머리에 몸빼를 입은 전형적인 아줌마의 외형을 보여줬다. 하지만 실제 연극 무대에서 그는 입체적이면서도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아줌마를 연기해서 속상하지 않냐고 하는데 제가 아줌마인데 뭐가 속상하겠어요. 저는 아줌마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있어요. 물론 연극에서는 더 여러 가지 역할을 보여주고 있어요. 사투리도 안쓰고 러브라인도 진하고.(웃음) 

자신과 닮은 캐릭터를 만나 한동안 김선영은 '응팔' 속 선영이에게 푹 빠졌다. 당연히 자식으로 나왔던 고경표와 김설에 대한 애정 역시 누구보다도 컸다. 

"설이는 제가 정말 키웠죠. 현장에 있을 때는 제가 늘 데리고 있었어요. 나이답지 않게 영리하게 연기도 정말 기가 막히게 해요. 요즘도 제가 보고 싶을 때마다 영상통화 걸어요. 근데 설이가 자꾸 끊더라고요. 하하. 경표는 나중에는 보기만 해도 눈물이 나서 혼났어요. 나중에 경표가 대학에 입학했다고 말해주는 장면이 있는데 평소보다 더 많이 울었던 거 같아요. 촬영 막바지이기도 했고, 경표도 많이 울더라고요. 경표는 저 보기 싫다고 해도 제가 끝까지 볼 거예요. 너무 예쁜 친구죠."


배우 김선영이 최근 뉴스1스타와 만나 tvN '응답하라 1988' 촬영 당시 에피소드를 말했다. © News1star/ 권현진 기자


중학교 선생님의 권유로 우연히 연극 연출을 하게 된 그날부터 김선영의 꿈은 배우였다. 무대가 주는 환희는 어린 소녀에게 벅찬 감독으로 다가왔다. 무명의 터널은 생의 곤궁함으로 다가왔지만 꿈을 포기해야 할 절대적인 이유는 아니었다. 


"중학교 때 반 실장이었는데 졸업하려면 연극하나를 만들라고 하셨어요. 정말 재밌더라고요. 그때 이후로 배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배우로서의 삶이 늘 화려한 건 아니잖아요. 경제적으로도 많이 힘들었죠. 뭐 지금도 그렇게 힘들지 않은 건 아니에요. 하지만 힘든 순간을 견뎌야죠. 그게 사는 거잖아요. 힘들면 힘든 대로 고통스럽게 살아아죠. 연기도 그렇게 해요."

김선영은 자신의 인생의 화도를 사랑이라도 주저 없이 말했다. 그는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는 게 연기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삶 속에서 나도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게 연기의 힘이고 그런 배우가 되는 게 내 연기의 철학"이라고 설명했다.


'응팔'에서 가장 큰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준 이들은 꼽자면 김선영, 라미란, 이일화라는 쌍문동 아줌마의 조합이다. 이들은 각자의 삶의 결을 고스란히 내보이며 쌍팔년도 속 이웃들의 인생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김선영은 자신과 라미란, 이일화의 조합을 두고 '쌍문동 태티서'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너무 좋다. 최고의 조합 아니냐. 그 별명 정말 마음에 들었다"고 환하게 웃었다.

배우 김선영이 최근 뉴스1스타와 만남을 가졌다. © News1star/ 권현진 기자

"일화 언니는 극 중에서는 성동일 오빠한테 소리도 지르고 하는데 그런 모습이 사실 전혀 없어요. 가식이 아니고 정말 여성스러움이 몸에 배어있죠. 굉장히 조용하고 부드럽고 친절해요. 미란이 언니도 남편에게 소리지르고 때리고 하는 스타일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아요. 말도 조근조근하게 하고 평온한 사람이에요. 언니들과 있으면 늘 빵빵 터져요."


신원호 감독은 '쌍문동 태티서'에서 최고의 케미를 주문했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골목 평상에서 만나 콩나물을 다듬는 이웃의 정겨움, 시간으로 채울 수 없는 케미는 서로의 대한 애정과 노력으로 이뤄졌다.

"첫날 촬영이 언니들과 수다를 떠는 장면이었어요. 미팅 포함해서 두 번 정도 만났죠. 오래된 사이고 엄청 친한 관계를 표현해야 하는데 감정 잡기가 어려웠어요. 연기에 힘이 많이 들어가지 않았나 걱정했죠. 촬영을 마지고 미란이 언니가 먼저 같이 밥 먹자고 하더라고요. 너무 고마웠어요. 선배가 먼저 나서서 잡아주고 이끌어줘서 한결 편하게 친해질 수 있었어요."

드라마를 촬영하며 서먹했던 만남은 어느새 절친 이상의 관계를 형성했다. 김선영은 "마지막 골목에서 이사하면서 헤어질 때 정말 많이 울었다. '좋은 사람 만나 좋은 세월만 보내고 간다'는 대사야말로 내 이야기였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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