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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 "차라리 진짜 여왕이었음 좋겠어요"

news1star EN 2016. 2. 23. 23:10

"우리 가장 좋을 때 헤어져요."
영화 '남과 여' 속 상민(전도연 분)은 기홍(공유 분)에게 말한다. 남자를 향한 끌림을 받아들이다가도 이내 밀어내는 모습에서 혼란스러운 여자의 심리가 정확하게 드러난다. 누구보다 아늑해보이지만 행복하지 않은 삶. 자기만의 세상에 갇혀 있는 아들 때문에 상민은 늘 외롭다. 그래도 놓을 수 없고, 놓고 싶지도 않다. 누구의 아이도 아닌 내 아들이니까.

일부 관객들은 상민의 마음에 온전히 이입되기 어려울 지도 모른다. 하지만 배우 전도연은 상민을 이해했고, 연기를 하면서 더욱 그녀의 마음 속으로 걸어들어갔다. 남 부러울 것 없이 안락한 삶을 뒤로 하고 사랑을 향해 달려가는 상민의 상황을 전도연은 온전히 받아들였던 거다.



전도연이 인터뷰를 통해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 News1star/ 쇼박스 제공


"상민은 자기 아이를 온전한 방식으로 받아들이지 않은 거 같아요. (아픈 아이지만) 정상 범위 안에서 키우고 싶어하고 남편은 정신과 의사이다 보니 상담자의 역할을 하죠. 상민에게 있어서도 (남녀간의 사랑보다) 보호자의 역할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런 관계들이 상민을 더 힘들게 만들고 가정 안에서 고군분투하는 여자로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이 돼요."


전도연은 언론시사회 이전 편집본으로 영화를 먼저 접했다. 가장 최근 버전은 시사회 당일 극장에서 처음 봤다. 그런데 관객 반응 때문에 적잖이 놀라기도 했다고.

"저는 객관적으로 잘 보려고 생각했는데, 조금 당황했어요. 배급관에서 영화를 봤는데 관객분들이 중간에 웃어서 객관적인 시각을 잃었어요. 기홍의 등장 부분에서 웃기도 하고, 상민이 남편에게 심각한 선언을 하는 장면에서도 웃음이 터지더라고요. 전혀 웃을 장면이 아닌데 왜 그런가 걱정했죠."



전도연이 인터뷰를 통해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 News1star/ 쇼박스 제공


실제로 '남과 여'에서는 의도치 않은 웃음이 터지는 구석이 있다. 영화는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혹자는 대사와 장면, 배우의 표정이 조금은 '허무 개그'처럼 느껴지기도 했다고 했다. 물론 극에 방해가 되는 실소는 아니었다. 마치 감독이 의도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흐름 속에 가미된 웃음이었다. 극이 다소 편안하게 그려진 것을 전도연은 공유의 공으로 돌렸다.


"배우가 공유여서 가능했던 거 같아요. 원래 시나리오상에서는 이야기도 무겁고 어려운 사랑이야기처럼 보였거든요. 공유씨가 들어오면서 그런 부분이 무게감도 줄고 좀 더 기홍 캐릭터가 가볍게 표현됐어요. 물론 긍정적 의미로요. 작품적으로도 인물들도 영향을 받아서 상민도 라이트해진 거 같고요."

알려진대로 '남과 여'는 불륜을 소재로 한 영화다. 가정이 있는 두 남녀가 낯선 이국 땅에서 만나 불 같은 사랑에 빠져드는 내용.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볼 수도 있지만 전도연은 그저 남과 여의 이야기로만 봐줄 것을 당부했다.

"사실 엄밀하게 말하면 불륜이 맞아요. 그런데 현실적인 상황의 어려움 때문에 도피처로 찾는 건 아니거든요. 오해의 소지들이 있어요. 어떻게 이야기를 끌고 갈 것인가를 초반에 얘기했을 때 감독님이 '둘만의 사랑이야기로 가자'고 하시더라고요. 오로지 남과 여가 끌림과 사랑으로 이어졌다고 전제하니 좀 편해진 건 있었죠."

전도연은 실제로 결혼을 해서 슬하에 어린 딸을 두고 있는 엄마다. 그래서 미혼자들에 비해선 많은 부분 공감이 됐을 것. 그에게 "영화를 보고 결혼에 대해 부정적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자, "주변에서 결혼하지 말라고 안하더냐"고 물으며 웃었다.

"안에 뭔가 뜨거운 것이있고 사랑으로서밖에 발산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결혼을 선택하는 것이 위험하다 생각해요. 다른 쪽으로 풀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사랑의 열정으로 선택하는 건 위험하다는 거죠. 결혼이 사랑의 종착역은 아니라는 거예요. 현실적으론 종착역일 수 있지만 그게 현실로 다가왔을 땐 슬퍼지는 거 같아요."

'칸의 여왕', '멜로의 여왕', '눈물의 여왕' 등 전도연에겐 항상 '여왕' 호칭이 따라다닌다. 그것은 폭넓은 연기력과 남다른 카리스마 때문일 것이다. 당사자가 느끼는 '여왕'의 무게감이 궁금했다.

"진짜 여왕이었으면 좋겠어요.(웃음) 이왕 그렇게 표현했으면 여왕 대접을 해주거나 내가 진짜 여왕이었음 좋겠다 싶어요.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잖아요. 호칭 때문에 부딪히는 벽이 크죠. 어렸을 땐 무모해서 지금 느끼는 게 전부라고 느꼈다면 지금은 아니에요. 내 선택이 맞는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그런 면에서 단순해지고 싶은 생각은 들어요. 하지만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고 순간이기에 그 순간을 즐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50살이 되면 40대 때의 선택에 대해 후회할 수도 있겠죠. 그래서 지금 집중해서 선택하려고 해요."

뉴스1스타  유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