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후예’ 김은숙 작가 그리고 ‘김원석 작가’의 협업 ①
KBS2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김원석 작가와 김은숙 작가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이미 잘 알려진대로 '태양의 후예' 원작은 2011년 대한민국스토리공모대전에서 우수상을 받은 김원석 작가의 '국경없는 의사회'다. 공통 집필임에도 상대적으로 더 유명한 김은숙 작가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다. 작품자의 입장에서 서운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김원석 작가는 인터뷰 내내 김은숙 작가에 대한 고마움과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드라마 성공요인을 묻자 '김은숙 작가의 마법같은 대본'을 가장 먼저 언급할 정도였다.
KBS2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 김원석 작가가 지난 19일 뉴스1스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 News1star / 태양의후예 문화산업전문회사, NEW
드라마 종영 후 홀로 언론 인터뷰에 나선 김원석 작가는 "드라마는 드라마로 평가받고 남았으면 좋겠고, 작가의 설명보다는 시청자가 보고 느끼는 게 전부라는 게 우리의 생각"이라면서도 "시청자의 궁금증을 풀어드리는 게 도리라 생각해 인터뷰를 하게 됐다. '시크릿 가든' 이후 드라마 인터뷰를 하지 않는 걸 원칙으로 한 김은숙 작가 대신 내가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원석은 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와 '짝패' 조연출로 활동했고, 이후 드라마 '친구, 우리들의 전설'을 통해 드라마 작가로 데뷔했다. 이후 '여왕의 교실' 집필을 맡았으며, 작가로서 3번째 작품인 '태양의 후예'을 통해 그야말로 대박을 터트렸다. 제작비 130억원을 들인 대작인 '태양의 후예'는 방송 첫회부터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성공적인 출발을 알렸고, 40%에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하며 많은 사랑 속에 막을 내렸다. 화제가 된 만큼 논란도 많았다. 과도한 PPL 사용을 비롯해 현실성과 개연성이 급격히 떨어져 '판타지' 장르라는 비판을 받았다.
김원석 작가는 이날 인터뷰를 통해 김은숙 작가와 협업하게 된 제작 배경부터 논란이 된 부분까지 모두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드라마가 신도롬에 가까운 사랑을 받았다. '태양의 후예' 성공 요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먼저 김은숙 작가님의 마법같은 대본, 그리고 저도 일조를 했다고 생각한다. 대본도 중요하지만 이걸 만들어내는 과정도 중요했다고 생각한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는데 끝까지 잘 끌고 와준 제작사, 작품을 선택해준 방송국의 보험, 캐릭터를 잘 살려준 배우들의 호연까지 이 모든 조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이 성공의 바탕은 스태프의 노력이 있었던 것 같다. 연출부 출신이라 이번 드라마를 만드는 게 얼마나 힘든지 짐작이 간다. 최선을 다해서 만들어줘서 감사드린다."
#김은숙 작가와의 협업은 어땠나.
"원작은 재난 지역에서 활약하는 의사들의 이야기였는데 김은숙 작가가 합류하면서 군인이 등장하고 로맨스가 강화됐다. 김은숙 작가가 남주는 군인이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는데 제가 흔쾌히 받아들였다. 공동작업하면서 굉장히 존경했고, 김은숙 작가님도 날 굉장히 존중해주셨다. 함께 작업하면서 배운 것이 많다. 저는 사건 중심 구성이 익숙한데 김은숙 작가와 작업하면서 인물을 따라가는 방식에 대해 배웠다. 가장 많이 배운 건 자기 입장을 갖고 토론을 통해 타협하는 것이었다. 마지막엔 기계적 민주주의인 다수결을 통해 최종 선택을 했다. 가끔 작가 찬스도 썼다. 하하"
#드라마 속 명대사는 김은숙 작가가 썼을거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데 '이건 내가 썼어' 알려줄 수 있는 부분이 있는가.
"저도 많이 찾아봤는데 정말 모르겠다. 저로 시작해 김은숙 작가로 끝난 대사도 있고, 반대로 김은숙 작가가 쓴 걸 제가 수정한 적도 있다. 또 보조작가팀이 쓴 부분도 있다. 누가 썼는지 구분하기 정도로 많은 회의를 거쳤다. 처음에 무작정 떠들다가 재밌는 아이디어가 나오면 덧붙여서 발전시키고 뒤집기도 하고 순서를 바꾸기도 했다. 마무리는 김은숙 작가가 많이 했다. 김은숙 작가의 손을 거치면 설렘이 더해지고 마법같은 신이 나와서 정말 신기했다."
#애국심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과 멜로만 집중되고 판타지적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드라마는 사회의 어떤 모습에 대한 반영이거나 희망일 텐데 기본적으로 시청자의 즐거운 1시간을 위해서 만들었다. 비판해주시는 분도 있고 좋아해주시는 분도 있는데 그 모든 것이 드라마에 담긴 모습이다. 또 극적인 상황들이 멜로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도 맞는 얘기다. 대단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 건 아니었다. 상식적인 사람의 마음, 상식적인 군인의 마음이 전달되었으면 했다. 그런 부분을 위해서 사건이 벌어지고 일어난 것이 맞다."
KBS2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 김원석 작가가 드라마 속 논란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언급했다. © News1star / 태양의후예 문화산업전문회사, NEW
#개연성이 부족한 전개와 불사조가 된 유시진, 과도한 PPL 등도 문제가 됐다.
"작가 입장에서 최선을 다해 드라마 내용에 해가 되지 않게 재밌게 쓰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보시는 분들이 불편하셨다면 그 부분은 제작환경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작가도 더 잘 써야 하는 부분인 것 같다. 또 극 후반부에 유시진의 캐릭터가 비판을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조금 더 디테일할 수 있었는데 아쉽게 생각한다. 열심히 해서 후회할 수 없는 대본이지만 반성하고 있다. (불사조라 불리는 부분에 대해) 미리 피드백을 받았다면 좀 더 디테일하게 짚고 넘어갈 수 있었을텐데 사전제작이라 수정이 불가능한 게 아쉬웠다."
#100% 사전제작으로 진행됐는데 작가로서 느끼는 장단점은 무엇이었나.
"기본적으로 퀄리티를 높이는 장점이 있지만 작가 입장에서는 텐션이 떨어지고 시청자의 피드백을 못받는 단점이 있다. 커뮤니케이션의 문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부분들이 보완된다면 작품의 질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아쉬움도 있지만 나쁘지 않은 선례를 남길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좋은 쪽으로 잘 진행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태양의 후예'는 김원석 작가에게 어떤 의미인가.
"이렇게까지 잘될 줄은 몰랐다. 너무 잘돼서 신기하고 무섭기도 했다. '이렇게 높은 파도 위에 올라서 보는구나' 생각하면서 떨렸고 행복했다. '태양의 후예'는 정말 유쾌하게 웃으면서 작업했던 작품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뉴스1스타 이경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