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학교' 백승룡PD, '꿀잼' 아닌 '노잼' 택한 이유는
독특한 시도였다. '발연기'로 대표되는 연예인들이 박신양과 배우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는다는 콘셉트는 그 자체만으로 기대와 화제를 모았다. 이러한 참신한 기획의 탄생에는 '잉여공주'부터 '미생물'까지 매번 획기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낸 백승룡 PD가 중심에 있다.
백승룡 PD는 tvN의 개국공신이자 'SNL코리아', '잉여공주', '미생물' 등 가장 'tvN스러움'을 잃지 않고 있는 사람 중 하나다. 그가 이번에도 '배우학교'로 제대로 한 번 사고를 쳤다. '배우학교'는 첫 방송 이후 박신양의 어록을 만들 만큼 다큐적인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배우 뿐만 아니라 인생의 멘토로서 다가오는 박신양의 진정성을 예능적인 재미는 덜할지라도 묵직하고 울림이 있다.
백승룡 PD가 최근 뉴스1스타와 인터뷰를 가졌다. © News1star/ CJ E&M
"'배우학교'는 정말 하루도 편한 적이 없는 작품이에요. 티저 방송부터 엄청나게 화제가 됐어요. 관심이 좋기도 했지만 부담스럽기도 했죠. 첫 방송이 나가고 반응이 정말 뜨겁더라고요. 실시간 검색어에 출연자들의 이름이 줄 세워졌을 때 정말 좋았죠. 근데 또 2회에 대한 부담감이 생기더라고요."
'배우학교'는 예능과 다큐멘터리 사이 어딘가에 안착해있다. 박신양의 카리스마는 7인의 제자들을 휘몰아쳤고, 팽팽한 긴장감이 프레임을 가득 채웠다. 물론 긴장의 끈이 느슨해지는 순간 따뜻한 웃음과 감동이 더해진다. 모호한 '배우학교'의 정체성에 시청자들은 다시 한 번 빠져든다.
"사실 어떻게 보면 충분히 자극적으로 만들 수 있는 요소가 많아요. 출연진들의 발연기를 이용해서 웃길 수도 있는 프로그램이죠. 하지만 제 목표는 처음부터 '배우학교' 출연진들이 정극에서 활약할 수 있는 배우로 만드는 거였어요. 그래서 예능적인 재미를 과감하게 버렸죠. 반대로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다가가면 더 새로운 게 나오지 않을까 싶었어요."
'꿀잼'을 과감하게 내려놨다는 백승룡 PD. 하지만 그는 전작들에서 대중과 마니아를 사로잡는 센 웃음을 여러 차례 보여준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사실 웃기고 싶었다. 배우들에게도 거기서 웃기면 된다고 말하고 싶은 때가 있었는데 그러는 순간 진정성이 없어진다고 생각했다"며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아쉬운 부분 역시 있다. 하지만 웃음을 과감하게 버리면서 꼭 지켜야 할 게 있었다"고 말했다.
백승룡 PD는 박신양에게도 예능적인 부분을 전혀 주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박신양씨는 정말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배우학교'에 오시는 분"이라며 "처음에는 '예능이 처음이라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달라고 주문했다"고 설명했다.
백승룡 PD가 최근 뉴스1스타와 만나 tvN '배우학교'에 대해 설명했다. © News1star/ CJ E&M
"'배우학교'를 찍기 전에 박신양씨를 따라서 2달 정도 함께 수업을 따라다녔어요. 그때 수업하시는 모습을 보고 사실 예능적인 재미를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했죠.(웃음)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다들 열심히 배우려고 하더라고요. 수업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저 역시도 예능 PD지만 진정성 있는 프로그램에 한번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백승룡 PD는 '배우학교'에 커리큘럼에 대해 "제작진이 사전에 어느 정도 짜둔다. 박신양씨의 의견 또한 많이 반영했다. 아무래도 많은 연기 경력과 공부를 하신 분이기에 참고할 것이 많았다"며 "가장 기초적인 단계로 시작했다. 많은 배우들이 이런 기초 단계 없이 바로 현장에서 연기하고 '발연기' 지적을 받는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1단계로 시작한 자기소개를 나를 내려놓는 가장 기초 중의 기초에요. 이 사람이 회사에서 시켜서 나온 건지 멋있어 보이려고 나온 것까지 알 수 있는 과정이죠. 오히려 박신양씨는 걱정했어요. 이렇게 사람이 발가 벗겨질 수 있는데 괜찮냐고요. 자기 소개가 끝나면 사물 되기, 사람 관찰하기까지 커리큘럼이 이어져요. 이런 단계가 지루해 보일 수도 있지만 배우로서 가장 중요한 기초라고 박신양씨가 강조했죠."
백승룡 PD는 이제 10년 차를 맞이했지만 "박신양씨에게 저 또한 많이 배웠다. 저 역시도 '배우학교'에 학생이었다"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 또 너무 새로운 것만 추구하다 보면 대중에게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며 "신원호, 나영석 선배들의 프로그램을 보며 공부한다. 실패하더라도 도전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뉴스1스타 명희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