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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사라진 사람들’ 이현욱, 카메라 안팎의 경계를 넘어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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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ws1star EN 2016. 3. 6.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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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은 영화 '섬, 사라진 사람들'(감독 이지승)이 상영되는 스크린을 보며 이혜리 기자(박효주 분)와 동일한 시공간에 존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이혜리 기자의 뒤를 따라 염전 노예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촬영 기자 석훈(이현욱 분)에게 시선과 감정이 대입되고, 미스터리한 사건의 실체와 점차 마주하게 된다. 그렇게 석훈은 열혈 선배인 이혜리 기자의 뜨거운 사명감과 정의감, 하지만 다소 무모한 행동을 극적으로 바라보는 관객들의 몰입을 이끌어내는 인물이었다.

아쉽게도 '섬, 사라진 사람들'에서 배우 이현욱의 모습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그의 모습은 석훈이 카메라를 잠시 내려놓는 순간이나, 카메라가 작동되는지 렌즈를 정면에서 살필 때 확인할 수 있는 정도가 전부. 그래서 "석훈 역할은 무조건 잘생긴 사람을 캐스팅하고 싶었다"고 했던 이지승 감독의 고백은 관객들에게 일견 쉽게 해소되지 않을 궁금증이기도 하다. 이현욱은 "얼굴이 얼마나 나오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며 "그저 작품에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고 했다.

 

배우 이현욱이 최근 진행된 영화 ', 사라진 사람들' 인터뷰에서 작품과 인연을 맺게 당시를 회상했다. © News1star / 고아라 기자

물론, 중요한 것은 얼굴이 등장하는 컷의 수(數)보다 그 과정에서 보여준 연기에 대한 배우의 자세나 진심, 혹은 잠재된 가능성일 것이다. "연기할 때 상황에 맞게 공기를 만드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소신은 극의 흐름과 장르가 극적으로 치환되는 순간에도 자신이 작품에 어떻게 필요한 사람이 될지 중시했다는, 배우로서의 결기를 느끼게 했다. 촬영 분량이 없던 날, 현장에서 카메라 감독의 곁을 지킨 이유도 그런 마음가짐과 맞닿아 있었던 셈이다. 어쩌면 그것이 작품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내는 방식이었을 것이라 짐작됐다.

"목표라는 것을 정해 놓지 않으려 한다"는 의외의 답변은 "목표에 근접하면 안주하거나 나태해질 것 같다"는 이유 때문이다. 목표를 비워낸 그 자리에 이젠, 현실적인 고민과 성찰이 대신 들어섰다. 그렇게 더 넓은 연기의 세계를 만나기 위해 전진하고 또 나아가고 있다. 절친한 친구 사이인 배우 변요한과 류준열, 이동휘, 서현우 등과 대부분의 시간을 연기에 대한 고민을 공유하는 것으로 보내는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매 순간 최선의 선택을 하련다"는 그가, 그 노력의 과정을 다시금 증명해보일 그 순간이 기대되는 지금이다.

 

배우 이현욱이 최근 진행된 영화 ', 사라진 사람들' 인터뷰에서 촬영 기자로 분해 연기한 소감을 털어놨다. © News1star / 고아라 기자

Q. 작품을 어떤 인연으로 만나게 됐나.A. 이지승 감독님과 미팅을 통해 만났다. 역할에 어울리는 이미지를 찾으시다가 나를 만나보고 싶다고 하셨더라. 처음에 시나리오에서는 얼굴이 안 나오는 역할이다 보니 특이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보통 배우를 캐스팅하면 그 배우 이미지를 활용하지 않나. 그런데 목소리만 나온다는 것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기도 했다.

Q. 처음 시나리오에는 얼굴이 거의 잡히지 않는 것으로 돼 있었던 것인가. 종종 화면에 얼굴을 비치기도 하는데.A. 처음에는 아예 얼굴이 나오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얼굴이 영화에 얼마나 나오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작품에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었고 함께 작업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 것 같다. 그래도 얼굴이 잠깐이라도 나온 것은 현장에서 작품 이야기를 하면서 화면에 나오는 것으로 수정됐다. 이번 작업의 매력이 그런 것들이었다. 돌발적이고 즉흥적인 상황에 의해 만들어진 장면들이 많았다.

Q. 전작에서의 연기와 다르게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이엇나. 현장에서 배우 역할 이외에도 직접 촬영을 해본 경험은 있는지. A. 기존 연기와는 다르게 즉흥적인 면이 정말 많았다. 리허설을 하면서도 돌발적인 상황이나 현장성을 더 많이 가져가려고 했다. 그렇게 현장에서 리허설을 하면서 찾아낸 사소한 포인트들도 많았다. 카메라는 사진을 찍을 때를 제외하고 직접 들고 촬영해본 적은 거의 없었다. 또 일상적인 연기를 보여주려 한 것도 노력한 부분이기도 하다. 스태프 입장으로 연기를 관전하기도 하고 스토리텔러의 입장이 돼보니까 느낌이 묘하기도 하더라. 그래서 매우 재미있었던 현장이었다.

 

배우 이현욱이 최근 진행된 영화 ', 사라진 사람들' 인터뷰에서 작품이 지향하는 연출 의도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 News1star / 고아라 기자

Q. 카메라 감독을 연기하기도 했지만 장면을 실제로 촬영을 해야 했던 부분도 있었다. 이 부분에 대해 감독의 특별한 디렉션이 있었나.
A. 소통을 많이 했어야 했던 부분이었다. 감독님은 관객들이 보기 불편하실 것들을 최대한 자제하시려 했다. 영화가 극으로 짜여진 리얼 다큐멘터리 형식을 띠고 있으니까 감독님과 그런 부분을 최대한 조율하면서 카메라 워킹을 연습하곤 했다. 현장감을 강조하는 핸드헬드 촬영이다 보니 아무래도 그림이 많이 흔들리더라. 그렇다고 내게 안정적인 그림을 바라셨기 보다 관객들일 생각하신 것 같다. 영화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본질을 벗어나면 안 되니까.

Q. '섬, 사라진 사람들'도 그렇고 평소 연기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는 무엇인가.A. 상황에 맞게 공기를 만드는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아직 표현력은 많이 부족하지만 그런 공기를 만들거나, 드라이한 공기에서 센스 넘치는 위트를 보여주는 연기를 하고 싶다. 일상에서 공감하는 그런 포인트들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싶기도 하다.

Q. '섬, 사라진 사람들'은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다. 평소 사회적 문제나 그에 대한 담론을 제기하는 다큐멘터리에 대한 관심이 많았나.
A. 시사 다큐 프로그램을 많이 보는 편이다.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프로그램을 보고 생각해 보기도하지만 보통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중립적으로 생각하려 한다. 영화를 통해서는 '사건에 대한 진실'에 대해서만 생각하기 보다 더 범위를 넓혀 생각하려 했다. 염전 노예 사건이 발생한 지역이나 특정 인물을 두고 영화를 만든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었다.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영화였던 것 같다.

 

배우 이현욱이 최근 진행된 영화 ', 사라진 사람들' 인터뷰에서 자신의 연기 고민에 대해 고백했다. © News1star / 고아라 기자

Q. 영화가 초반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후반부에서 톤이 극적으로 변화되는 것 같다. 만약 톤이 일관적이었다면 영화가 강조하려는 메시지가 보다 부각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더라.
A. 재미로 따지면 물론 유쾌한 영화는 아니다. 영화 '베테랑'처럼 오락적이고 통쾌하고 사이다스러운 영화는 아닌데 생각할 여지를 주는 영화라고 본다. 만약 그런 전개가 없었더라면, 시사 다큐 프로그램을 재연하는 거나 다름 없었을 것이다. 그것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는 감독님이 선택하신 것 같다. 결론을 속시원하게 표현하는 영화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메시지가 강하고 생각할 여지를 던져주려는 의도가 컸다. 그런 다양성 영화들도 중요하다고 본다. 나 역시도 유럽 영화와 같이 결말을 열어두는 작품들을 좋아하는 편이다. 개인적으로는 토마스 빈터베르그 감독 연출의 '더 헌트'를 인상 깊게 봤다.

Q. 함께 호흡을 맞췄던 배성우와는 인연이 있었나. A. 지난 2011년 영화 '어깨나사'로 제11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단편의 얼굴상을 수상한 적이 있다. 그 다음해에 이정재 선배님과 영화제 본선 심사위원을 했었다. 그때 배성우 선배님이 염정아 선배님과 함께 찍은 단편 '사랑의 묘약'을 심사하게 됐다. 그때 선배님께 영화제 뒤풀이에서 '나중에 선배님이 출연하시는 영화에 꼭 함께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웃음) 그런데 이번 영화를 함께 하게 돼서 개인적으로는 너무 뜻깊었다.

Q. 필모그래피를 보면 실험적이면서 비주류의 작품들에 많이 출연하곤 했다. 주류와 비주류를 의도적으로 구분해서 출연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배우의 취향은 궁금한 부분이기도 하다.A. 김삿갓 스타일이라서. (웃음) 사실 나도 인정받고 주목받고 싶은 마음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좋은 시나리오가 있다면 (실험적인 작품 외에도 주류의 작품을)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다. 내가 존경하는 선배님들을 보면 지금 출연하고 계신 영화들이 반드시 비주류인 것은 아니다.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한 인식을 환기시키는 영화도 좋고 무대도 동경하기도 한다. 무대는 특히나 준비가 철저해야 하기 때문에 두려운 곳이기도 하다.

 

배우 이현욱이 최근 진행된 영화 ', 사라진 사람들' 인터뷰에서 연기자로서의 이상향에 대해 이야기했다. © News1star / 고아라 기자

Q. 한예종 동기인 서현우와 후배 변요한, 그리고 배우 류준열과 이동휘, 김희찬 등과 절친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 배우들과 주로 연기에 대한 고민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눌 것 같은데. A. 사실 그런 취지가 강하다. 연기에 대해 토론하거나 연기적인 고충을 함께 공유하는 데 의미를 두고 있지, 우리의 모임을 과시하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이번에도 VIP 시사회 때 친구들이 많이 와줬는데 의외로 영화가 굉장히 좋았다고 하더라. 영화의 형식이나 소재를 다루는 방식이 신선하다고 해줬다. 이런 부분들에 대해 서로 종종 피드백을 많이 주고받곤 한다.

Q. 안양예고, 한예종 재학 당시를 제외하고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건 영화 '표적'과 드라마 '쓰리 데이즈', '사랑만 할래'부터였다. 연기를 시작한 초기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할 당시, 그리고 지금의 이현욱은 어떻게 변화됐을까.
A. 활동하면서 거품도 많이 빠졌다. 환상과 착각이 많이 깨졌다는 얘기다. 이유 없는 자신감과 오만함에 대해 스스로 반성도 많이 했고, 그래서 현실을 더 직시하고 연기를 더 즐길 수 있게 된 것 같다. 마냥 이상적으로만 생각했던 게 현실적으로 생각하게 된 점이 가장 큰 변화라고 볼 수 있겠다. 그리고 처음에는 모든 게 마냥 낯설기만 했다면 이제는 현장의 시스템을 더 잘 이해하게 됐기 때문에 살짝 노련해진 것 같다.

Q. 그리고 배우로서 지금의 고민은.A. 연기에는 정답이 없으니까 항상 어떻게 하면 잘할까, 어떻게 하면 더 설득력이 있을까 고민이 된다. 매 순간마다 선택의 순간이 뒤따르는데 결정을 하고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곤 했다. 지난 한해동안 선택하고 후회하는 일이 많았는데 그 과정을 거치고 나니 스스로도 많이 달라지게 되더라. 다수의 배우들이 하루에도 수십 번 씩 '이 일을 계속 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한다고 하더라.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설사 내가 잘못된 선택을 했었어도 그 순간에는 그것이 최선이었다고 생각하고 다음에는 더 신중해져야겠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가고 있다.

Q. 이현욱이 생각하는 배우로서의 이상향이 궁금하다.A. 배우로서 이상향은 딱히 정해놓진 않았다. 내가 어떤 특정 장르에 출연하겠다거나 이런 역할만 해보겠다고 할 수 는 없지 않나. 다만 더 긴장을 하는 수밖에 없다. 목표라는 것도 정해놓지 않으려 한다. 내 자신이 목표라는 것에 근접했다면 나태해지는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난, 당근 보다 채찍이 더 필요한 사람이다.

 

뉴스1스타 장아름 기자